본문 바로가기

신장병환자의 삶

인간 몸에서 두 달 못 넘은 돼지 장기, “교훈은 컸다” - 조선비즈 발췌

반응형

지난 3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던 말기 신장병 환자 리처드 슬레이먼씨가 두 달 만인 지난 12일 숨졌다. 이전에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던 두 환자도 각각 60일, 40일 만에 숨졌다. 의료진은 당초 환자들이 2년은 더 살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모두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앞으로 이종(異種)장기 이식에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집도했던 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랭건이식연구소장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영장류 연구에서 예상했던 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식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 유형부터 돼지 장기가 거쳐야 하는 검사에 이르기까지 노하우를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장기 이식 대기자가 11만6000명을 넘지만, 공급 부족으로 메일 20명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숨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 수요의 10%만 충족되는 상황이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 이식은 만성적인 이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돼지 장기는 크기와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과 닮아 이식하기에 적합하다.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 5마리가 각각 1년 이상 생존했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얻었다.

 

의료진은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장기를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하지만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2개월 만에 사망했다. 과학자들은 환자들이 예상만큼 오래 살지 못했던 원인을 분석했다. 먼저 2022년 최초로 돼지 심장을 받았던 데이비드 베넷씨는 이식 전에 받았던 면역강화요법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랜싯에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수천명으로부터 얻은 항체를 투여했는데, 그중 일부가 돼지 장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식 수술을 집도했던 무하마드 모히우딘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술을 한 뒤에 이식한 장기에 반응하는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한 환자 사망 후 부검 결과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식 전에는 인체 영향을 예측하지 못해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모히우딘 교수는 “이식 장기를 선별하기 위해 더욱 세밀한 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사망한 슬레이먼씨는 이식 수술과 관계없이 원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숨졌다고 분석됐다. 네이처는 사망한 환자들은 생전 이미 다른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여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식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슬레이먼씨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했던 카와이 타츠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외과전문의는 네이처에 “슬레이먼씨가 숨지기 전날까지도 신장은 잘 기능했다”며 “이식과 무관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슬레이먼씨는 이식 수술을 받기 1년 전에 이미 울혈성 심부전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혈성 심부전은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심장이 신체 조직이나 기관에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동물 장기가 인체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몽고메리 뉴욕대 랭건이식연구소장은 “이미 돼지의 장기를 유전자 편집하고 있지만 몇 번이나 실행해야 하는지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벤처 e제네시스(eGenesis)는 슬레이먼씨에게 이식할 돼지 신장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돼지의 바이러스가 환자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유전자 교정 과정을 69번이나 거쳤다.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인 유전자 가위를 사용했다.

 

2022년 메릴랜드 의대 연구진이 데이비드 베넷씨에게 이식했던 돼지 심장은 리비비코어(Revivicor)사가 제공했다. 리비비코어는 돼지에 유전자 교정과 복제라는 두 가지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했다. 먼저 돼지 유전자 10개를 교정했다. 면역거부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3개는 작동하지 못하게 했으며, 인체의 면역체계를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 6개를 새로 넣었다. 또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1개도 기능을 차단했다. 이렇게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를 복제해 수를 늘렸다.

 

몽고메리 랭건이식연구소장 연구진은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흉선을 이용해 환자의 면역계가 돼지 장기를 자기 몸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달 12일 리사 피사노씨에게 돼지의 신장과 흉선을 모두 이식했다. 유전자 교정을 단 1회만 거쳐 장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피사노씨는 병원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환자마다 다른 면역거부반응을 예측하고 맞춤형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몽고메리 소장은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뇌사자의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인간 장기를 이식받았을 때와는 매우 다른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이종장기 이식 시 거부 반응을 예측하고 향후 맞춤형 면역억제제 요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