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도감이 주는 세심한 보살핌
환자들은 혈액투석치료 중 신체적으로 여러 번 상태 변화를 겪고 심리적으로는 증상 악화로 인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 다. 또한 혈액투석치료 중의 갈증, 주사 부위의 불쾌한 느낌, 신체 거동의 부자유 등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들 은 간호사들이 투석치료 중 수시로 와서 상태 변화와 불편함을 확인하고 적절한 간호를 제공해 주면 안도감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과 안위를 염려하고 있는 간호사의 존재를 느끼며, 점차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됩니다.
"투석실 간호사들은 벌써 알아요. 눈이 이상하다는 거. 전에 나 한 번 일어났다가 큰일 날 뻔했대요. 나는 몰랐는데...(중략) 우리는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가잖아 요. 이거 피가 잘 나올라나 어쩔라나 불안한데... 음 그냥 무관심하고 그냥 이렇게 두는 게 아니라 다 그렇게 찾아와서 피 잘 나오나 보고 그러니까. 그런 게 좋아요."
"투석받는 동안 되게 불편하고 손발이 자유롭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간호사를 찾을 때가 되게 많은데, 예를 들 어서 TV를 보려고 처음에는 이걸(침대 머리 부분) 올렸는데 조금 지나면 허리가 되게 아프거든요. 근데 그걸 위 해서 벨을 눌러서 간호사를 부르기에는 좀 뭣하고, 별것 도 아닌데 부르기가 진짜 미안한 것 같아요... 근데 미리미리 알아서 이런 불편함을 챙겨 주실 때... 그런 게 제일 좋죠."
2. 만성 콩팥병 간호사 이야기 - 송충숙(출처 : 아주대학교병원)
내가 근무하는 곳은 외래 2층 한쪽 모퉁이에 있는 혈액투석실이다. 이틀에 한 번은 똑같은 환자와 5시간 정도의 만남은 꼭 이루어져야 하는 관계이기에 간호사와는 친척, 이웃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이 순간 환자들과 함께한 많은 사연과 즐겁고 슬펐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환자분들은 만성신장질환으로 인해 생소한 투석치료를 처음 접하는 순간 병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간호사에게 분노를 표출하게 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혈액투석을 받게 된다. 그러다가 몸과 마음이 투석치료에 익숙해지면 웃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게 되는 여유를 갖는다. 시간이 흘러 가족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서글퍼하기도 하고 삶을 비관하게 되면서 결국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또한 긴 시간 투석치료용 의자에 앉아 있으면 지루하고 몸이 배기고 혈압이 떨어져 정신을 잃기도 하고, 갑자기 다리에 경련이 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오늘도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을 접하면서 불현듯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00에서 온 00 간호사님...』이라고 부르던 분이 있었다. 새로 오는 간호사에게는 어김없이 자신의 최대 관심사인 고향을 묻곤 했다. 그리고 얼굴과 고향을 기억했다가 인사를 정겹게 하곤 하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명절이든 공휴일이든 10년 이상을 그리고 1주일에 3번은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던 환자였다. 한 달에 한 번씩 하게 되는 혈액검사에 이상이 있어 자세한 검사를 하자고 하면 『이제 살만큼 살았는데 그 비싼 검사를 무엇 때문에 해?』라고 하면서 웃음으로 간호사의 말을 받아넘기곤 하셨다. 투석 치료받는 그 자체가 힘들고 피곤할 텐데. 자신의 고통스러운 질병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한결같던 분이었다. 그렇게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 늘 웃는 모습과 구수한 목소리로 간호사를 찾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치료비가 좀 더 저렴한 병원으로 옮기셨지만 그 환자의 온화하게 웃는 모습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힘들 때일수록 모든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불합리한 점을 단숨에 자신을 합리화시키데 편하고 안심스러우니까.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하루 생활 중 수없이 떠오르는 비관적인 생각을 낙관적으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의 틀과 방향을 바꾼다면 긍정적이고 낙관적 생각이 지배하게 되는 삶이 되어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으로 오늘도 환자의 애환을 접하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면서 삶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겠다. 몸은 아프지만 삶은 살아 볼 가치가 있기에 다시금 오늘도 혈액투석실에 문을 두드리는 환자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 힘내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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