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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의 삶

만성 콩팥병 환자의 투석 적응 단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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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적응과정은 부정기, 절망기, 수용기, 유지기의 4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만성 콩팥병 초기에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투석치료를 거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투석을 회피하기도 하고, 자신의 몸 관리보다는 가족을 돌보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기도 하여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는 질병 초기로 치료기간이 짧아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약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심리적 부적응 상태로 인해 보이는 현상입니다. 투석을 결정하고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환자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확실성에 따른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투석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치료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삶의 패턴을 투석에  맞춰서 적응시켜 나가야 합니다. 혈액투석은 매주 두세 번의 주기적 방문과 매번 4시간의 장시간 투석으로 투석기계에 얽매인 삶을 살아가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수단으로 힘든 치료과정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하는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투석치료 과정은 기계에 얽매인 신체적 구속을 넘어 신체적 변화, 생식기능 변화 및 가족 안의 역할 수행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투석과 관련된 정보를 찾거나 자신만의 몸 관리 방법을 터득하며 고통을 견디며 이겨내고자 노력하며 투석에 적응해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적응 과정에서 환자들은 질병 및 투석치료로 인해 나타나는 병리적 증상에 대한 고통뿐 아니라 신체상 변화, 생식기능 장애, 가족 내 역할 상실 등으로 인해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런 투석 치료로 죽음의 경계선에 도달하는 순간순간에 다가오는 고통과 심리적 고뇌의 경험은 내적 성장의 거름이 되어 자신의 질병과 투석 치료의 상황적 한계를 극복하고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삶을 향한 의지의 뿌리를 내리며 많은 고통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자신을 추스르고 견디며 투석에 적용해 나가곤 합니다.

투석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적정한 수준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가족 및 사회관계에서 자산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 가고자 노려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질병과 투석 치료로 인한 어려움으로 가족 나 자신의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자신의 존재감마저 없어져 간다는 두려움과 죄의식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한 투석으로 받으며 혈색이 잿빛으로 어두워지고, 거친 각질성 피부와 동정맥루로 융기된 혈관으로 울퉁불퉁한 팔의 모습 등 만성 콩팥병 환자의 특징적인 외모로 변해가며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창피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투석 환자들은 낙인의 두려움으로 사회생화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환자가 느끼는 이러한 창피함은 고립을 심화시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특히, 여성환자들의 경우 생리 불규칙이나 중단, 생식기능의 장애로 임신이 어렵고, 성욕감퇴와 분비물 감소, 심리적 거부감 등으로 배우자와의 원활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배우자의 불만을 가중시켜 부부관계와 가정생활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는 심한 경우 치료의 순응도를 낮추고, 자살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환자 가족은 이러한 적응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들의 정서적 간병에 투석치료 못지않게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절망상태의 환자에게 가족과 주변의 지지체계는 신체적·심리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투석치료 적응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환자에게 배우자의 지지는 가장 가까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는 파수꾼이고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미혼 환자는 부모 및 형제자매를 통해 가족의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존재 및 이해와 배려는 투석 환자의 적응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바, 투석 치료 초기부터 가족을 치료에 참여시켜 투석 환자의 적응을 돕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과 친지 등의 지지체계로부터 지지를 얻게 되면 환자는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고 희망을 붙잡음으로써 가족 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부정적 정서로 인한 자살과 같은 극단적 상황을 예방하고, 사회생활 참여를 증진시키며,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합병증의 발현으로 건강의 적정선 유지가 무너지고 몸 상태가 악화되며 지속되는 투병생활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전단계로 역행하기도 합니다.

 

그럼 앞서 이야기했던 단계적인 투석 적응과정을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단계 : 부정기

평소 특별한 건강관리 없이 자신의 건강에 자신하며 살아왔던 환자들은 처음엔 당장 투석 치료를 시행하지 않아도 자신이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치료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기저 질환으로 인한 투병 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병 관리를 하지 않았어도 큰 문제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투석 시행을 지연시키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또한 자신의 몸 관리보다는 가족을 돌보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투석을 시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시기는 환자들이 투석 시작을 진단받은 후 환자 자신에게 다가온 갑작스러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갈등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성한 상태가 거부반응의 형태로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2단계 : 절망기

이전 단계에서 투석 시행을 거부하거나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서 환자들은 다양한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동정맥루 혈관과 잦은 바늘 천자로 인한 흉터로 보기 흉하게 변한 팔과 드러나는 병색, 심한 건조증과 가려움증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 피부 문제는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세상과 담을 쌓도록 하며 사회적 역할의 상실을 유도하고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고유의 기능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 장애가 생기는 것을 알게 되거나 경험하게 되며, 성욕의 감퇴, 성관계 시 통증과 투석으로 인한 소진으로 부부간의 성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어 가족 내 자신의  정체성인 엄마, 아내, 그리고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3단계 : 수용기

상실적 절망감을 경험하면서 환자들은 투석 상황을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고 투석 위주의 삶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투석과 함께하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본격적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절망기에  버팀목으로 드러난 지지체계가 더욱 심화되어 나며, 일상의 삶 속으로 투석 상황을 받아들여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알게 되면서 투석 기계에 자신의  몸을 맞추어 가고 투석을 생명이라 여기며, 다른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어 투석 위주의 삶으로 변화하고 수용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가족의 지지체계의 구축이 약해지거나 극복하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가 약한 경우 다시 절망기로 역행하기도 하며, 절망기에 머무르다가도 다시 자신의 상황을 추스르고 균형을 맞추면서 진행하는 순환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4단계 : 유지기

환자들은 그동안 투석에 적응하기 위해 힘들었던 과정을 스스로 돌이켜보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건강의 적정선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동료 환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노력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자신의 마음을 다스립니다. 가족의 지지체계 작용과 다양한 적응 전략이 계속 유지되는 이 단계는 삶을 향한 의리를 뿌리내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투석 치료 중 부작용 및 합병증의 발생으로 건간의 적정선 유지가 무너지고 몸 상태가 악화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투석으로 인해 쇠약해지고 한계에 부딪히면, 신체적인 능동성이 저하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되어 다시 '수용기' 단계로 역행하기도 합니다.

 

적응을 위한 단계를 이해하고 나아간 단계에서 과거의 단계로 회귀하지 않도록 자가관리에 힘쓰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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