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성 콩팥병 환자가 가지는 막연한 회복 기대 심리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처음에는 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병을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기저 질환들을 오랫동안 앓아오며 관리를 충실히 하지 않았거나 이전에 건강했기에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으로 호흡곤란, 부종 등 비정상적인 증상들이 나타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곤 합니다. 게다가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도 자신의 몸 관리보다는 가족을 우선적으로 돌보다 보니 자신의 몸에 소홀하며, 질환이 깊어져 몸에 무리가 오기 전까지 막연하게 회복을 기대하고 치료를 시작하지 않거나 투석 현황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3년 뒤에 당뇨를 진단받았는데... 가끔 소변에 약간씩 문제가 있다고 약을 간간이 먹었고... 혈당 수치도 안 높고 하니까 안 재고 그랬죠... 뭐... 그래도 괜찮으니까..."
"큰애가 폐렴으로 입원을 해서 병원에 같이 있는데... 내 가 몸이 안 좋은 거라... 여기 가슴 중앙을 뭐가 꽉 누르는 압박감 같은 게 있고... 누우면 숨이 좀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고... 소아병동에 간호사들이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 고...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는데.. 애가 아파가 있으니까 내까지 검사받고 자시고 할 정신도 없었고..."
2. 만성 콩팥병의 치료
"신장의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세간에 떠돕니다만 이는 신장병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장은 몸에서 생기거나 외부에 몸으로 들어온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 중요한 호르몬(비타민 D의 활성화, 레닌생성, 조혈 호르몬 생성)을 분비하는 기능, 세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능(체액의 산성도 조절, 체액의 전해질과 수분 조절)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장기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적절한 체내환경을 조성하는 게 신장의 기본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장은 기능이 줄어도, 남아있는 조직을 최대로 가능하는 적응 능력이 뛰어난 장기입니다. 때문에 신장의 기능 손상이 천천히 이루어져 70%가 손상됐다고 해도 사람이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이 느끼는 증상은 신장의 배설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율(eGFR)이 3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나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고혈압, 다리부종, 빈혈 증상 정도가 꼽힙니다. 그라나 이런 증상들은 신장이 아닌 다른 장기의 기능이 나빠졌을 때도 나타날 수 있어서 환자들은 증상만으로 신장병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자각하는 증상만으로 신장병을 발견한다면, 대부분의 질병의 정도가 심해 치료 후 정상 기능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에 속합니다. 아마도 과거에는 환자들의 증상만으로 의료기관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통설이 생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장병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신장병의 치료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공통으로 해당하는 일반적인 치료, 신장 기능 감소로 발생하는 합병증을 조절하는 치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차성 신장병에는 완치가 가능한 게 많은데, 대표적인 건 감염성 신장 질환과 사구체신염(신장의 여과 부위인 사구체에 염증 반응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면역 억제 치료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한 미세변화 신증후군과 40%의 완치율을 보이는 루푸스신염도 있습니다.
급성 신장손상은 원인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탈수인 경우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완치가 가능합니다.
오랫동안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 콩팥병도 조절하는 정도에 따라 호전되는 양상이 다른데 만성 콩팥병 유병율이 높은 노인의 경우 조절을 잘하면 30% 정도에서 사구체 여과율이 호전되는 양상이 관찰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신장병이 불치병이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질병의 종류와 발병 시기에 따라 불치병일 수도, 난치병일 수도, 쉽게 완치되는 질환일 수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불치, 난치, 완치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신장병은 혈압 측정과 간단한 소변검사,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과 상담을 통해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즉, 막연한 회복을 기대하지 말고신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상태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아 적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장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조기발견과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완치의 지름길입니다. 신장병이 없더라도 신장병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한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또는 당뇨병 환자
- 신장질환 병력이 있었던 경우
- 악성 종양 환자
- 신장에 나쁜 약물을 장기 복용했던 경우
- 출산 시 저체중이었던 경우
- 신장의 크기가 작거나 한쪽이 없는 경우
- 가족 중 신장병이 있는 경우
- 60세 이상의 고령자
- 화학 약품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던 경우
3. 만성 콩팥병 환자 이야기 - 마 모 씨
신장 이식을 통해 장기간의 혈액투석으로부터 해방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매우 충만하고 흥미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질병 전의 건강한 상태에서의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병 전 제가 얼마나 건강했는지 생각해 보면 지금 수준도 꽤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그 수준에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보통은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평소보다 낮고 날이 갈수록 면역억제제의 일부 부작용이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손과 발이 따끔거리고 때로는 가벼운 떨림과 피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달 일주일 정도는 특히 평균보다 처진 느낌을 받고 나서 상황이 차차 좋아집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자전거 운동, 마루 운동, 웨이트 운동을 일주일에 5~6회, 50분 정도 하는 루틴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아내와 저는 일주일에 몇 번씩 최소 4km를 걷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기란 종종 어려운 일이지만, 수년 전에 스키 강사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기억납니다.
"사람 들는 눈사태에 휩쓸리면 공처럼 몸을 웅크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해요. 그게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불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싶을 때 이 말을 생각하고 감정과 맞서 싸우며 일어납니다.
저는 2011년 12월에 치과 진료를 동료에게 넘겼고 2015년 7월에 가르치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수년간 약속했던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수업과 연습을 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그 결과 저는 환자로서의 저의 경험에 대해 의료계에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습니다. 임상의들은 제 이야기를 매우 잘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감사하며 지지해 줍니다. 완치확률이 매우 힘들고 예후가 암울할 때에도 때때로 우리는 살아남고 인생은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놀랍게도 생활은 여러 면에서 병에 걸리기 전보다 나아졌고, 꽤 괜찮았습니다. 저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누구든지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게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삶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질병 이후의 삶을 충실히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병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저는 모든 손주들과 함께 스키를 타겠다는 도전을 세웠습니다. 나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이식 1년 후 저는 그들 중 세 명과 함께 스키를 탔고 2016년 2월에는 다섯 명 모두와 함께 스키를 탔습니다.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헌신적인 아내, 가족과 친구들, 신장 기증자, 병원과 의료진에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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