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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의 삶

만성 콩팥병 환자 이야기 - 사회적 관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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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호 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정한 형태로 유형화된 관계를 사회적 관계라고 합니다. 사회적 관계는 가족과 같이 정서적으로 친밀한 전인격적인 인간관계를 이루를 관계, 회사와 같이 공식적이고 부분적인 인간관계를 이루를 관계,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을 통한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루는 관계와 같이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행복의 차이를 낳는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립된 사람에 비해 사회적 관계가 발달된 사람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의 동원가능성이 높고, 주관적 보상을 제공해서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의 역할은 한편에서는 물질적, 정서적, 도덕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통로(pipe)로서의 긍정적 측면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멸시를 받거나 아니면 스스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을 비하함으로써 만족도를 낮추는 일그러진 거울(mirror)과 같은 부정적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도움을 받을 이웃이 많고, 주변에 소통할 사람이 있으며, 가족이 있는 경우 삶의 만족이 높은 반면, 자신의 객관적 소득계층에 비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인정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으면 삶의 만족이 낮아지게 됩니다.

 

1. 만성 콩팥병 환자의 사회적 관계 변화

1) 일상적인 역할과 환자 역할 병행

환자들은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이지만 대부분 기존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환자의 질병 관련 특성 및 일반적 특성에 따라 기존 역할과 책임의 범위에 변동은 있으나 환자들은 외래를 통해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로서 기존의 역할을 대부분 병행하여 이행합니다. 즉 이들은 외래 환자로서 치료 이행 준수의 의무가 있을 뿐 통상 입원 환자에게 주어지는 가정, 직장, 이웃에서의 역할과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환자인 동시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부모나 자녀 그리고 배우자의 책임을 다하고, 직장에서는 업무를 수행하며, 친구나 이웃 등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환자들은 기존의 역할과 환자 역할을 병행하는데, 질병의 진행 정도뿐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른 역할 전환의 허용 범위,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에 따라 역할의 중점이 이동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가족 경제가 안정되어 가족부양의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상황이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이 부양의 책임을 분담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역할을 축소하고 환자 역할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이처럼 환자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존 가족부양이나 돌봄의 의무와 책임에 환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추가되어 이중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환자의 권리만을 행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기존 생활인의 역할과 환자 역할을 병행하는 가운데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두 역 할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나갑니다.

 

"일을 해야지요. 가족들하고 먹고살아야 되잖아요. 뭐 보통 직장인들은 시간적으로 좀 힘들겠죠. 저녁 5시 타임까지 오기가. 저는 직장 생활하다가 지금은 따로 조그만 개인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정에 가장이고 여러 상황도 있고 독립해야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 투석하면서 직장 퇴직하고 나름대로 뭐 이제 집사람이 하는 게 있어가지고, 거기 가서 좀 도와주고 소일하고... 투석하는 날은 퍼지더라고. 집에서 쉬고 밥 먹고 나면 운동 한 30분 정도, 걷기도 하고 팔 굽혀 펴기도 하고. 매일"

 

2) 사회적 관계망의 재구성

환자들은 혈액투석을 시작하면서 악화된 건강 상태로 인해 정서적 상처와 사회적 정체성에 손상을 받고, 경제적 손실을 비롯한 실질적인 손해를 입게 됨에 따라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조정하기 시작합니다. 환자들은 기존의 가족 및 사회구성원의 역할과 새롭게 대두된 투석 환자의 역할을 병행하면서 ‘환자 아닌 환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기존의 관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몸과 마음, 생활기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존 관계망을 강화하거나 은닉 또는 축소함으로써 관계망을 조정하는 한편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해 나갑니다.

 

기존의 관계망은 가족, 친구, 이웃과 직업 현장의 구성원들로 구성되고, 새롭게 구성되는 관계망은 건강관리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는 집단으로 구성하곤 합니다.

우선 가족은 혈연과 혼인으로 구성되는 생존집단이므로 다른 집단에 비해 안정적이고 견고한 관계망이 형성됩니다. 환자의 건강 악화로 가족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때 가족은 참여자에게 신체적, 정서적인 지원은 물론 경제적 지원과 생체 신장 공여에 이르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집약적으로 제공하는 실질적 자원이 됩니다. 드물게 환자의 정서적 안정이 보장되지 않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이혼 등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관계망이 축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관계는 참여자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견고해집니다. 환자 중에는 병원에 혼자 오갈 수 있어도 배우자나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일부는 투석을 마칠 때까지 함께 있기도 합니다.

친구, 이웃, 직장 등 가족을 벗어난 사회적 관계망도 참여자의 건강관리에 미치는 실질적, 정서적 이득 여부에 따라 조정됩니다. 환자들은 직업상 유지가 필요한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감추고, 자신의 건강관리와 가족 내 역할 실천에 장애가 되는 관계에 대해서는 단절하거나 거리 두기를 통해 축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들은 투석 환자로서 음식조절, 일의 강도 조절, 외래진료나 인공신장실 방문에 대해 배려받을 수 있는 소수의 친구나 직장 구성원과의 관계로 관계망을 제한하곤 합니다.

 

"남편이 가까이서 젤 많이 챙겨줬고요, 아들들도 첫째하고 막내가 번갈아가며 병원에 데려다줍니다. 갈 때는 나 혼자 지하철 타고 가고요. 매일 그렇게 해줍니다. 그것도 고맙지요. 며느리들도 그거 갖고는 뭐라고 하지 않고요"

 

"이제 이러다 보니 많은 사람 필요 없어요. 마음을 나눌 친 구 두세 명 있으면 되고, 또 딸 있고. 신랑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가족 있으면 되지. 어지간하면 집에서 지내요. 집 병원, 집 병원. 폭이 많이 좁아졌어요. 인간관계 폭도 좁아지고, 사회폭도 좁아지고. 모든 것이 다 좁아졌죠"

 

환자들은 기존의 관계망을 정리하는 한편 건강관리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 새로운 관계망은 두 가지 형태 즉, 투석치료를 통해 알게 된 동료 환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비대면 온라인정보망으로 구성되는 일반건강관리 관계망과 참여자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전문 건강관리 관계망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일반건강관리 관계망에서 동료 환자 및 그 가족과의 관계망은 외래나 인공신장실 대기 실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에 의해 형성되어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 교환관계를 이룹니다. 이에 비해 비대면 온라인정보망은 환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구축되고 제시된 정보를 환자가 취사선택하는 일방적 관계를 이룹니다. 일반건강관리 관계망에서 참여자들은 건강 관련 상황과 이를 극복하려는 태도의 정도에 따라 관계망 형성의 적극성과 주도성에 차이를 보입니다.

 

전문건강관리 관계망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 건강관리 환경, 건강요구 등 상황에 맞는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 원을 얻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전문의료인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즉 환자들은 기저·동반 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진료과가 있거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신장이식 등 신 대체요법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 관계망에서 환자들은 의사에게는 치료적 관계를, 간호사에게는 돌봄 관계를 기대하는데, 의사로부터는 최신의 전문적 치료기술과 건강 관리정보를 획득하고자 하고 간호사에게는 통증을 덜 유발하는 주사를 비롯한 투석 관련 기술과 관심, 위로 등 정서적 돌봄을 기대합니다. 이 관계망은 건강관리를 받는 상황에서만 치료자, 돌봄자, 환자 관계가 형성되기는 하나 환자들의 건강 문제가 비교적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환자 중 일부는 주치의나 담당간호사 회진 시 반갑게 인사하거나 질문을 하기도 하는 한편, 일부는 휴식하면서 간단히 눈인사하거나 손을 들어 인사를 표하기도 합니다. 의료진의 경우 주치의는 환자에게 짧은 안부를 묻고 간호사는 주로 활력징후 측정과 투약 관련 확인 절차를 시행합니다.

 

"내가 처음 투석 시작할 때 저어기 대기실에서 환자들 보호자들한테 많이 물어봤지요. 투석하고 얼마쯤 되면 좀 먹는 거 이런 거 괜찮아지는가, 첨에 마 계속 토하고 메슥거리고 밥을 전혀 뭐 먹지를 못했거든요. 그래가 그런 거 남편이 묻고. 언제쯤 지낼만한가, 괜찮아지는가, 먹는 거는 뭐 조심해야 되는가, 혈관 여 툭 튀나 온 거는 계속 이렇게 가는가 뭐 많이 물었지요"

 

"음식관리 같은 건 병원에서도 그런 자료 주시지만, 워낙 인터넷, 그 핸드폰에도 잘돼있으니깐. 칼륨, 인, 100그람당 얼마 이런 게 다 나오니깐 그런 거도 참고하죠. 될 수 있으면 우유 같은 건 안 먹고. 유제품, 치즈 이런 건 안 먹으려고"

 

"동네병원에서 단백뇨가 계속 나오니까. 그러다가 큰 병 원 가봐라 해서 대학병원 가서 거기서 진단받고, 이식 신 청도 하고. 투석은 여기서(종합병원). 여기는 집이 가까워서 일단 왔는데, 신장내과 전문의가 있어서 여기로 결정한 거죠"

 

"투석하러 오면 좀 삭막해요. 입원병동이 아니라서 그런 가. 여기 있는 간호사들은 바늘만 딱 찌르면 끝이라. 환자 가 투석만 하는 거지. 간호사가 와 가지고 힘드냐 어떠냐 이런 얘길 안 해요. 그거는 딱 한 번 하죠. 뺑 돌면서 혈압 재고 약 필요합니까?. 불편한 걸 환자들도 거의 얘기를 안 하죠, 근데 이해는 돼요. 이 환자들이 스트레스 풀 때가 없어 가지고 간호사한테 푸니까 환자를 잘 접촉을 안 할 라고 하죠. 뭐 꼬투리 하나 잡히면 소리 지르고 난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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