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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의 삶

만성 콩팥병 환자 이야기 - 주삿바늘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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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을 하다 보면 점점 피부와 혈관이 굵어지게 되는데, 이를 고려하여 처음부터 굵고 강한 쇠로 된 주삿바늘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주삿바늘을 찌르는 치료행위를 천자(puncture)라고 하는데 천자에서는 17 게이지(guage)부터 15 게이지까지 다양한 크기의 쇠로 된 주삿바늘을 사용합니다. 보통 일반 수액을 주입하는 24 게이지 바늘은 내경의 크기가 0.292mm, 수혈을 위한 18 게이지는 내경의 크기가 0.838mm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투석 혈관용 바늘은 15 게이지인데 내경의 크기가 1.373mm입니다. 일반 수액용 바늘에 비하면 투석용 바늘은 약 4.7배나 두껍습니다.

 

쇠로 된 주삿바늘은 혈관이 두껍거나 피부가 단단한 경우에도 혈관까지 미는 힘이 강하고, 쉽게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삿바늘이 매우 굵기 때문에 천자 시에 매우 아픔을 느끼게 되고, 날카로운 쇠 바늘이 혈관의 뒷벽이나 옆벽을 찌르게 되면 출혈이나 혈종이 발생할 수 있고, 혈관벽에 닿게 되면 원치 않는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1. 만성 콩팥병 환자가 느끼는 주삿바늘 공포증

만성 콩팥병 환자가 혈액투석을 받는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바늘 공포증입니다. 천자가 투석실 간호사의 기술력으로 중요시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쇠붙이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쇠 알레르기가 있어,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 귀금속을 착용하지 못하고, 쇠가 몸에 닿게 되면 붓는 거부 반응을 가지는데(사실 제 아내도 쇠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어, 순금이 아닌 귀금속은 착용하지 못하고, 혹여라도 혁대 쇠붙이가 피부에 라도 닿으면 두드러기가 나더군요), 이렇듯 쇠붙이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는 쇠로 된 주삿바늘로 인해 더 큰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몰론, 이러한 환자를 위한 플라스틱 캐뉼라(Plastic cannula)가 보급되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바늘에 대한 수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비보험처리로 비용부담이 발생합니다.

 

제가 다니는 서울아산병원 혈액투석실에는 초등학교 여아 환자가 있는데, 주삿바늘 천자로 인한 통증으로 매번 천자 시 울음을 터트리고 크게 비명을 지릅니다. 하긴 어른인 저도 상당한 통증을 느끼는 데, 어린 친구가 통증을 참기 어렵고 대형 바늘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 두려울 것입니다.

 

저는 그나마 주삿바늘에 친숙한 편이라(사실 한방병원에서 실시하는 침도 맞아왔고, 채혈을 위한 천자를 다수 경험해 왔으니깐요) 두려움이 덜하긴 합니다만, 바늘이 피부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혈압이 상승합니다.

그러면,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증을 가진 사람(제 와이프의 경우, 쇠 알레르기가 있어, 침 맞는 것도 두려워합니다)은 피부에 바늘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어떤 환자들은 불안감이 너무 커서 바늘이 사용되는 백신, 기타 의료 시술을 아예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바늘 공포증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성인의 약 25%가 바늘이나 주사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6~17세 청소년의 약 63%가 동일한 유형의 공포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포증과 마찬가지로, 바늘 공포증을 겪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건강함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령,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프로 운동선수도 바늘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으니깐요.

 

2. 주삿바늘 공포증의 극복 방법

주삿바늘 공포증으로 인한 불안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의료 시술을 앞두고 높은 불안감이나 불면증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건강을 유지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검진, 혈액검사, 치료 또는 치과 시술을 받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주저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또한 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아이의 부모라면 아이의 의사 진료 예약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1) 주삿바늘 공포증의 증상 이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의료 주사는 역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나 어린 환자들을 가지는 공포증이 일반적인 두려움인지 아니면 더 심한 공포증인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린 환자들은 두려움이나 공포증이 있는지, 얼마나 통증 수준을 느끼는지 표준 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겠지요.(투석 침대에 표면 통증 수준을 표시해 달라고 붙여있긴 한데 통증이 죽을 만큼인지를 기준으로 점수를 알려달라고 되어 있지만, 통증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으면 점수 표현도 어렵습니다)

 

주삿바늘 공포증은 작지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일으키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방해됩니다. 주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병원이나 백신 접종을 완전히 피하고 있다면 공포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포증이 충분히 심한 사람은 바늘 주사에 대해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이 주사를 맞는 것을 볼 때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바늘 공포증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 흉통
  • 호흡 곤란
  • 현기증
  • 두근거림
  • 불면증
  • 메스꺼움
  • 식은땀
  • 실신
  • 급격한 혈압 상승 또는 하락

통증에 민감한 사람이나 기존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확률이 더 높습니다. 또한 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 보다 심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대부분 가족력(유전적 요인)에 기인하곤 합니다,

 

2) 주삿바늘 공포증의 원인

바늘 공포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 특정 사건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 강압적인 주사 행위를 경험하거나, 불쾌한 환경에서 주사 행위를 경험했을 확률이 있습니다. 또한 부모나 다른 사람이  주사를 맞는 동안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바늘 공포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주사 의료행위에 대한 한 번의 나쁜 경험은 병원 방문의 불안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공포증이 언제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막연히 병원과 주사를 항상 두려워해왔을 수도 있습니다.

바늘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당황스러워하거나 의료 시술을 피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3) 주삿바늘 공포증의 극복

이러한 주삿바늘 공포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단순히 의료 주사가 유익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1) 주삿바늘에 서서히 적응하기

바늘을 아예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공포증을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은 한 번에 한 단계씩 두려움에 맞서는 나가는 것입니다. 안전한 방법으로 바늘과 관련된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면 두려움에 대한 통제력이 더 강해지고 마음속에서 두려움의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

 

환자에게 주삿바늘을 보여주고 만지게 해 보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환자)들이 주삿바늘을 맞는 것을 보여주면서 적응하게 합니다. 사실 주삿바늘 또는 주삿바늘 맞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두려움을 낮아집니다.

 

(2) 호흡 운동 연습하기

연구에 따르면 호흡 운동은 예방접종 중 통증을 줄이고 심신의 이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느리고 깊은 호흡 운동은 혈액 내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신체에 긴장을 풀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어, 심장 박동이 느려지게 하고 혈압이 낮추며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킵니다.

 

자신에게 맞는 호흡 패턴을 찾을 때까지 다양한 호흡 패턴을 실험해 보세요. 대부분의 호흡 운동에는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고 약간 더 길게 숨을 내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4초 동안 멈추고, 8초 동안 숨을 내쉬어 보세요. 또 다른 가능한 호흡 운동은 7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11초 동안 숨을 내쉬는 것입니다.

 

만일, 환자가 어린아이 일 경우에는 다양한 장난감이나 소품(바람개비, 깃털, 거품 등) 등으로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흡을 내쉴 때 회전하거나 물체 또는 대상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깊은 호흡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3) 통증 차단 기술 사용하기

주사를 맞을 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주사로 인한 통증을 막는 것입니다. 해당 부위에 국소 마취제(마비 크림)를 바르면 됩니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소 마취제에 대해 사전에 의료진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쇠 바늘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는 다소 비용부담이 있지만, 플라스틱 캐뉼라(Plastic cannula) 사용을 의료진에게 요청하여야 합니다.

 

주삿바늘의 통증을 다른 통증으로 상쇄할 수 있는 방법(Buzzy Bee 또는 ShotBlocker 등)이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을 의료진과 협의하시기 바랍니다.

 

(4) 주의력 분산하기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주사에 대한 생각을 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늘 공포증이 있는 성인이라면 주사를 투여하는 간호사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또는 주변에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하고 이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면 TV, 포스터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하여 주삿바늘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킵니다.

 

어린 환자인 경우 부모가 자녀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자녀와 의료 제공자 간의 대화를 장려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강압적으로 붙잡거나 제지하려고만 하면 아이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가 올바른 방식으로 접촉하면 통증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분 좋은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주사를 맞는 동안 무릎에 편안하게 앉거나 손을 잡거나 안아주세요.

 

(5) 실신의 위험을 사전에 해소하기

일부 환자들은 주사 전이나 주사 도중에 기절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짧은 의식 상실은 공포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실신은 혈압 강하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는 혈관미주신경 반응, 즉 혈액이나 바늘이 보이는 것과 같은 특정 유발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비의도적 현상입니다.

 

주사 중 실신한 적이 있는 경우, 사전에 의료진에게 알리십시오.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탈수증은 실신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주사 전에 물을 마셔 수분을 유지합니다.
  • 발을 심장 높이만큼 높게 올려 누울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누울 수 없다면 무릎을 올리거나 다리를 꼬고 앉으세요.
  • 반복적으로 다리 및 엉덩이 근육과 팔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풀어줍니다. 이 빠른 연습은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고 실신을 유발하는 현상을 멈출 수 있습니다.

(6) 약 처방받기

다른 방법이 실패할 경우 의사는 바늘에 대한 두려움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불안제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약물에는 베타 차단제, 진정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포함됩니다. 이 모든 것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찾으려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더라도 앞서의 다른 방법과 함께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삿바늘 공포증이 있어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 또는 경험 등으로 인해 바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라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힘들지만 주삿바늘 공포증에 직접적으로 대면하면서 극복해 간다면 혈액투석에 따른 통증으로부터 다소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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