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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의 삶

만성 콩팥병 환자 이야기 - 몸과 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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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식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자신의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자신의 병의 종류를 인식하는지, 치료를 받는 이유를 아는지 등 제대로 된 병인식을 갖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며, 어떤 질환에서는 병인식을 제대로 가지는 것이 그것이 치료의 과정으로 동작합니다. 자신의 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증상의 개선과 행동의 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인식을 올리는 것 자체가 치료와 함께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식적 병인식은 일련의 상황을 객관적 현실로 이해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머리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법을 제대로 사용할 능력을 아직 발휘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지식적 병인식에서 진정한 감정적 병인식(true emotional insight)을 가지게 되면, 증상의 객관적 현실을 이해하고 동기와 함께 감정적인 추진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지식적 병인식에서 진정한 감정적 병인식으로의 전환은 매우 어렵습니다. 때로를 저항에 부딪히거나, 후퇴하기도 하지만, 환자 본연의 의지와 적절한 치료가 조화된다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1.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가지는 몸과 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일반적으로 병인식은 정신과적인 치료에서 주로 언급되곤 합니다만, 사실 모든 질병에서도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병의 원인과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고 치료에 대해 순응한다면, 치료가 어렵다는 만성적 질환에 속하지만 증상의 완화와 병의 완치가 충분히 가능하고 재발의 위험성도 극히 낮게 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몸과 병에 대한 인식은 투석치료 처방을 받기까지의 경로, 진단 시 건강 수준 등 질병 관련 특성과 연령, 경제 수준 등 일반적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환자들은 신장기능이 악화되어 투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이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던 몸의 증상과 기능의 결함들을 인식하게 되고, 이전부터 받아 온 다양한 병리검사들의 지표와 몸의 징후를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재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어느 정도 관리나 치료가 가능할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알아가게 됩니다.

 

환자들은 만성 콩팥병을 다른 만성 질병과는 달리, 투석을 비롯한 각종 처방을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인식합니다. 환자들은 일차적인 신기능 장애 또는 기저질환에 의한 이차적인 신기능 장애의 합병증이 나타날 때 의료기관을 찾아 혈액투석 처방을 받게 되는데, 그 징후의 중증도와 진행 과정의 위급성 여부에 따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인식은 달라집니다. 합병증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응급상황이 아닌 환자의 경우 여러 의료기관과 진료과를 거치면서 신장기능 이상이 원인임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했으나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의 경우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지각과 인식이 거의 차단되어 극히 부분적인 정보만을 인지하곤 합니다.

 

이렇듯 투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급하고 중대한 몸의 변화와 투석 개시에 따른 일상의 와해로 인해 참여자들은 혼란, 충격, 분노, 좌절 등 복합적인 감정과 실질적인 생활문제를 겪으면서 본인과 가족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울러 이러한 몸의 상태로 인해 그동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던 식생활을 비롯한 기본적인 일상활동, 친구나 이웃과의 사교적 활동, 직장에서의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각종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차후에 발생할 문제들을 예측하게 됩니다. 이처럼 환자들의 현황에 대한 인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경험이며 개인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과의 삶 전반에 걸쳐 변화하게 됩니다.

 

"고질병이지요. 이 병은 그렇다 아입니까. 고치지는 못 하고, 안되지요. 그냥 생명 연장이지요. 투석을 해서 병 고치는 거 아니고요, 그냥 생명을 연장한다 생각하지요. 오늘이라도 안 오면 식사도 못하고 바로 안 좋아지는 거 아입니까? 이식하면 한 10년은, 잘하면 10년 좀 넘게 투석 안 하고 산다카이 이식하는 거 말고는 딴 도리가 없다 아입니까?"

 

"처음 투석을 시작하면서 사람이... 마 낙담이 되고 이래 갖고...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못하니까. 이래가 사람이 안 미치겠나. 내가 장사를 하니까 사람을 많이 알고 돌아다니니까 모임도 여러 군데 있는데 이런 활동을 못하지 싶으니까 낙담이 되더라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어요. 병원 갔는데 인제 투석을 해야겠다고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엄청 충격이었죠. 언젠가 는 그 시기가 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투석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고. 내가 진짜 놀랬거든요. 이 병은 생활에 규제를 너무 많이 받는다는 거. 내 생활에 리듬이 끊어지잖아요. 힘든데 몸이 힘든 거보다…. 하루 걸러 한 번씩 와 야 되니까. 사실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잖아요. 내가 직업상 거래처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고 골프도 같이 쳐야 되는데, 아무 때나 약속을 잡으면 내가 곤란하잖아요. 이 게 생업인데, 내가 이런 줄 다른 사람은 모르니까 내가 ‘을’인 입장이 되니까"

 

"인자 계속 올리고(구토) 할 때 너무 힘드니깐 진짜 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딸은 아직 시집을 못 가서, 아들내미가 준다 하는데 아직 어리니깐 못 받고. 이제 뭐 나이도 묵었는데 하다가 안되면 죽고말지 아들 거 받아서... 애가 어디 하나 안 좋다 하면 부모가 돼서 그 꼴을 못 보잖아요"

 

"혈압이 200 이상 올라가서 눈에 혈관이 터져서 앞이 흐리고 안보였어요. 그 증상이 있어서 응급실에 실려 가거 나 그런 적은 없었고. 그래서 처음엔 피곤하고 하니까 일단 일반 내과를 갔고, 안 보여서 안과를 가보라 해서 가니까 혈관이 그 뇌압, 혈압 때문에 터진 거라고 큰 병원에 가라고. 그래서 다시 작은 병원에서 이(대학) 병원에 왔죠. 이 병원 신장내과로 가라고 이제 그 동네 내과에서 말해줘서 ooo교수님이 처음 보고. 그때 혈액투석을 한번 하고 이삼일 있다가 혈관 수술하고"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든요. 갑자기 몸살처럼 아프기도 하고 눈이 잘 안 보였어요. 밤에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이니까 응급실로 갔죠. 가니까, “투석해야 된다” 그래서 목 여기로 바로 투석했어요. 그땐 사실 제정신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안 들렸어요. “여기서 나가면 죽어요. 못 나가요.” 그런 말을 들어서 그게 더 무서웠어요. 투석이 뭔지도 몰랐고. 당장 뭐 제정신이 아니었고 뭔가 빨리 결정을 해야 했고 언니가 “살아야 하지 않겠니”해서 그냥 그래야 되나 보다 했고"

 

2. 몸과 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수용

환자들은 의료진을 통해 만성 콩팥병을 일으키는 3대 원인 질환이 당뇨병, 고혈압, 만성사구체신염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과거 신장 질환이 치료법이 없다는 인식이 컸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면 삶의 질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을 얼마나 실생활에 적용하느냐가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즉 자가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만성 콩팥병은 중요 발병원인인 혈압과 혈당의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신장 질환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식사요법도 중요합니다. 혈압 관리를 위해 과도한 염분 섭취를 피하고,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신장 손상의 중요한 증거인 단백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약제 복용도 피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비롯한 대체의학에 의존하거나 여러 가지 건강보조식품, 한약재 등은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약물들은 신장에서 대사 되고 처리돼서 신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특별히 검증되지 않은 약제는 콩팥 건강에 불필요한 요소여서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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