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만성 콩팥병 말기 환자로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신장병 관련 부분이 아닌 다른 부위의 출혈 가능성 있는 진료는 일반병원에서 거부하는 사례를 몇 번 겪고 나니 전체적으로 투석을 받는 병원에서 다른 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 대장 내시경 거부 사례
어느 금요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투석 중이었습니다. 배가 아프기 시작하여, 투석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간호사님께 화장실이 급하니 투석을 일찍 끝내달라고 부탁드려, 조금 일찍 투석을 끝내고, 급하게 화장실을 갔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좌변기에 앉으니 밑으로 주르륵 뭔가 흘러 나왔습니다. 변기를 보니 붉은 피가 보이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붉은 혈변(혈액)이 나온 것이지요. 사진을 찍어 다시 투석실로 들어가 간호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간호사는 사진을 보고 놀라 담당 신장내과 의사를 호출하여 사진을 보여주고, 저도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의사는 "대장에서 출혈이 있으나, 많이 심하지 않네요, 제가 일단 응급실에 응급대장내시경이 가능한지 확인해 볼게요"
라고 하시더니 응급실에 전화하고 한참 동안 통화해 보고는 저에게 "의료 사태로 의사가 없어, 응급실에서 응급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럼 어찌해야 하나요?"라고 문의하니, 의사는 "아주 심하진 않으니, 집으로 가셨다가, 힘드시면 가까운 병원으로 가셔서 대장내시경을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셔서 일단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새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갔습니다. 혈변이 계속 나오고 배에 통증이 조금씩 있어, 토요일 아침 와이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에서 대장내시경으로 명성이 높은 전문병원으로 급하게 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토요일 진료를 하는 병원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 담당의사에게 설명을 드리고 대장내시경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였습니다.
담당의사는 일단 상태를 봅시다 하면서 치질 검사를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치질은 없네요. 다만, 치칠 끼가 보이니, 약 처방해 드릴게요"하고 합니다.
"대장내시경은 안 하나요?"라고 문의하니 "투석으로 발생한 대장 내 허혈성 출혈로 보입니다. 투석환자는 위험해서 저희 병원에서는 대장내시경 못 해 드립니다. 투석받으시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받으세요"라더군요. 뭐 치칠은 없으니 약 안 받고 그냥 나왔습니다. 조금 황당하더군요. 대장내시경 못하면 처음부터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필요 없는 치질 검진한다고 비용만 들었지요.
다시 급하게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실 전문의(의료사태로 전공의가 없어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고 있더군요)에게 설명드리고 대장내시경이 가능한지 질문드렸습니다.
전문의는 "응급 대장내시경은 심한 출혈, 세숫대야로 표현하곤 하는데, 그 정도 쏟아지는 수준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할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투석환자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닌데, 왜 일반 병원에서 못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해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정도 출혈이면 특별한 조치할 필요 없이, 출혈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특별한 약도 없고요. 심한 경우라면 응급대장내시경에서 혈관을 막으면 됩니다만, 환자분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집으로 복귀하세요"
결국 아무 치료 없이 집으로 왔습니다. 일요일까지 혈변이 계속 나오긴 하는데,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더군요.
월요일 투석하러 가서, 신장내과 담당의사에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담당의사와 간호사가 협의하고는 항응고제인 헤파린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헤파린을 사용하지 않으면 투석 중 혈전이 생겨 투석이 잘 안 됩니다.
그 주 3회(월, 수, 금) 투석은 헤파린 없이 투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혈변이 멈추더군요
그 사태 이후 제 담당 간호사는 항상 변 색깔을 투석전 체크(물어 봄)합니다.
2. 임플란트 거부 사례
저는 ANCA혈관염에 의한 급성신부전에서 치료가 안 되어 만성신부전으로 이행된 환자입니다. 급성신부전 때부터 혈액투석을 바로 들어갔었습니다. 모세혈관이 침범당해 신장이 망가진 환자입니다. 모세혈관이 침범당하다 보니 이에도 염증이 생기면서 급격하게 이가 흔들리더군요. 아프기도 하고요. 이 때는 투석전이었습니다. 혈관염인지 모르는 상태였던지라 근처의 치과병원에 가서 이를 뽑게 되었습니다. 임플란트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후 얼마 안 되어 쓰러지고 응급실로 실려가서 ANCA혈관염에 의한 급성신부전으로 판명되고 혈액투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고 나서 치과병원에 다시 가니 "투석환자는 출혈 및 감염 때문에 임플란트 수술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투석받으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더군요.
결국 서울아산병원에서 임플란트를 했습니다. 다만 투석실에 헤파린 사용을 잠시 중단하여 출혈이 멈출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과 투석환자를 고려하여 항생제 처방을 맞춰주는 것이 주된 차이점이었던 것 같습니다.(제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특별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치과의사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투석실에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받으면 되는데요"라더군요)
저 같은 사례를 경험한 사람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차라리 투석을 받는 병원에서 타과 진료(출혈이 예상되는 진료인 경우, 항생제 처방이 필요해 보이는 경우-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고 투석 시 처방되는 항생제와 충돌 문제 때문입니다)를 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투석병원이 인공신장실만 있는 내과라면 가까운 협력 대형병원을 소개받아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가벼운 병으로 근처 일반병원에 가기 전에 투석실 간호사나 의사에게 상담한 후 가시면 큰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 분들은 다들 경험들이 많으셔서 저같은 경우를 많이 겪었을 것이며, 대처방안에 대해 좋은 조언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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