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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의 삶

만성 콩팥병 환자 이야기 - 절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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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할 때 희망을 느끼고,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절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절망은 영어로 despair로 표현되며 모든 희망을 체념하는 것 또는 그런 상태를 의미합니다. 절망은 포기와 다르게 모든 길이 막혀있을 때 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1.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경험하는 절망감

많은 만성 콩밭병 환자가 질병의 발병과 치료과정에서 절망감을 느낍니다. 만성 콩밭병의 완치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체념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과 고통으로 다시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 절망감을 가지게 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또한, 혈액 투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가족 및 동료(친구 또는 직장 동료)와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과 지원을 받으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되면 절망은 더 심해집니다.

 

"우리가 환자이긴 한데, 기계에 얽매인 죽은 송장이지!. 투석 중에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만성신부전은 완치가 안된다고 그러네.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일주일에 3일을 투석해야 한데요. 앞으로 제 생활에 대해 희망이 없어요. 직장생활도 못할 거고, 여행도 못할 거고요"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돈벌이를 못하니깐 집에서 눈총꾸러기예요"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누워서 지내야 된다는 것이 절망스럽지요"

 

2. 절망감의 극복

사람은 슬픈 감정을 느낄 때에는 눈물을 흘리거나, 다른 사람의 위로나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나아지고 치유되는 느낌이 받고 극복할 수 있지만, 절망은 이 보다 훨씬 심각한 정신적 상태로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하여 타인과의 위로나 소통으로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절망감을 가진 사람은 우울한 감정, 집중력 저하, 식욕 및 성욕 감퇴, 과도한 수면 등과 같은 증상이 매일 나타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장애를 가지게 되며, 증상이 심해지면 신체적인 질병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을 가졌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이  있어, 자가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장기적인 생존과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생존 통계를 믿을 필요 또한 없습니다. 철저한 자가관리를 통해 수십 년(제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옆의 환자분은 18년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10년 정도 되신 분들은 꽤 되십니다. 아마 이는 65세가 넘어가시면 신장이식 대상 순위에서 밀려 또는 신체적으로 신장이식이 어려워서 혈액투석으로 치료를 지속적으로 하고 계시기 때문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신장이식 사례를 보면 70대 이상인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합니다) 삶을 이어가시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또한, 복막투석이나 야간 혈액투석을 통해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비해 다소 힘들지만 직장 및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되게 사시는 환자분들도 많이 있으십니다. 이러고 보면, 만성 콩팥병을 절망하는 것은 신체적·의학적 한계로 인해 비롯된 것이 아닌,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절망은 정상적인 정신활동의 산물로 현재의 삶에 절망하는 것은 미래의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렵다고 판단하여 미리 걱정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해 마냥 걱정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한다면 현재에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1) 자신을 바로 바라보기

한 발자국 물러서서 자신을 상태와 마음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고, 주변의 사례들을 확인해 보면, 절망에서 벗어나 조금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굴하고, 그 일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작은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한다면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3) 주변과의 관계 맺기 및 지원체계 구축하기

가족과 주변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기꺼이 지원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절망감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점입니다. "나에게는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친밀한 사람이 있어!"라고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게는 가족, 친구, 동료의 지원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혈액 투석 환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진(의사, 간호사)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만성 콩팥병과 혈액 투석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태 및 관리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교육은 가족에게도 전파하고 가족(또는 보호자)에게 전파하여야 합니다. 또한 혈액투석이 힘들다는 것은 인정하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의료진과 가족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지원체계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4) 운동하기

신체건강을 향상하거나 유지하는데 노력하세요.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삶의 영역은 육체건강인데, 만성 콩팥병 환자의 경우 수면, 통증관리, 체력유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가려움과 소변 마려움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투석 시의 통증(혈액 투석을 위한 바늘은 매우 큰 바늘로, 바늘 삽입시 통증이 높음)을 느끼며, 투석으로 인해 근육과 뼈의 퇴화를 경험하는 신체적 저하로 더 쉽게, 그리고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따라서 절망감을 극복하는 데 있어 신체건강의 회복과 유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만성 콩팥병 환자의 이야기 : 영주 씨

저에게 만성 콩팥병이 발병하고 신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른쪽 신장이 왼쪽 신장보다 크기가 작은 신장 저형성증(Small Kidneys)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요로감염이 생기기 시작해서 꾸준히 항생제를 먹다가 역류성 신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역류성신증(Reflux nephropathy)은 오줌(urine)이 신장(kidney)으로 역류가 되면서 신장이 손상이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다른 말로 만성위축성신우신염이라고 합니다.

 

신장 저형성증으로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아왔으나, 약물치료의 한계로 인해 수뇨관을 방광뒤에 설치하여 역류를 멈추게 하는 수술을 받고, 재건수술까지 받는 등 수많은 수술을 받아왔습니다. 많은 수술로 인해 방광이 신경성화되어 완전히 비울 수 없게 되어 염증으로 인하여 농이 고여 있거나 수술 후 고인 혈액을 몸 밖으로 배출시킬 때 몸속에 카테터를 삽입하여 고인 농이나 혈액을 배출시키는 유치카데터배액(indwelling catheter drainage) 시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9살에는 방광 수술(요도성형술)을 더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제 방광이 좁아지고 흉터 조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자가 카테터 삽입 방법을 배움으로써 항상 내 뒤에 따라오는 소변 주머니의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는 일로 인해 학교를 많이 결석했지만 멋진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성장하면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도 하면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지냈습니다. 

 

17살 때에는 더 많은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방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비워지지 못하여 신장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방광 확대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수년에 걸쳐 방광에 더 많은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지속적인 손상으로 인해 결국 역류성신증이 발병했습니다.

 

저는 2006년에 만성신부전(CRF 3단계)으로 진단받았고, 언젠가는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고작 21세였기 때문에 신장이식이 의미하는 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병원 치료와 자가관리에도 불구하고 제 신장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나빠져, 2011년에 결국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병원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신장이식을 위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생체 이식을 위해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신장이식 공여자가 될 수 있는지 검사를 해보았으나, 불행하게도 적합자가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던 중 O형인 아버지가 자신이 적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검사를 받으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의 검사 결과 적합자로 판정되어 2012년 10월 19일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신장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신장 이식 후 다음날 소변이 많이 나오고 얼굴색이 다시 돌아오고,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데 아버지가 저를 보러 오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저에게 새 생명과 삶을 주셨고, 제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2013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저는 남자친구와 결혼했습니다.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저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입장하시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축하해 주셨습니다. 결혼식 후 남편과도 멋진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신장이식 7 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제 삶이 확실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자녀를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용감하고 희생적인 결정으로 얻은 두 번째 삶을 얻었습니다. 솔직하게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더 좋아질지, 얼마나 더 희망적 일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만성 콩팥병 환자가 느끼는 절망은 어렵지만 극복가능한 정신적 상태입니다.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게는 개인의 마음가짐에서 가족, 친구, 더 나아가서는 전문 치료 상담사, 정신과 의사 등을 통한 전문적인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전문가(의사)와 상의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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